이상하게 방 청소를 깔끔하게 해 놓으면 방문자가 들이닥친다.

새벽 한 시,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 시각에 누구지?' 받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도중 전화는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울렸다.


타닥타닥 빗방울 부딪는 소리가 들리는데, 전화기 너머에선 낯선 남자가 울고 있었다. 오밤중에 호러물 찍자는 건가? "누구세요?" 물으니 "형……. 저 XX에요"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울기 시작.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형, 저 길을 잃어버린 거 같아요."

"음? 무슨 소리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술 마셨어?"

"네."

"어디서?"

"대학로요."


두 시간을 헤맸다고 했다. 가도 가도 찻길은 안보이고 맨 컴컴한 도로와 가로등 빛에 몸을 드리우는 빗방울. 시간은 흐르고 흘러만 가고 휴대폰은 방전된 지 오래고 겨울비 아래 헤매던 몸은 점점 추워지고 오가는 사람은 없고 겁은 나고……. 그랬다지.


그러다 한줄기 구원의 빛이 골목의 한쪽에서 쏟아져 나왔단다. 막 문을 닫으려던 동네 슈퍼. 무작정 들어가 전화 한 통화만 쓰겠다고 사정해서 내게 전화를 했다고.


"돈은 있냐?" 물었더니 "네." 그런다. 주인아저씨 바꿔 달라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택시를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


"주인아저씨한테 고맙다는 인사하고,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고."

"형…. 지금 바빠요?"

"응."

"나 거기 가서 자면 안 돼요?"

"왜?"

"춥고, 배고프고, 서럽고, 눈물만 나고…."


또 질질 짠다.

하여, 한밤중과 새벽의 중간쯤에 찾아온 후배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라면 두 개를 삶아서 먹고 모자르다며 밥도 말아서 먹고 침대 위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아침에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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