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던 시절. 그래서 철이 없던 20,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란 게 별똥별처럼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기 마련인데 벌써 그 인연을 십여 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때 글을 다시금 읽어보면 잔뜩 겉멋 든 문장에 허세는 어찌 그리 심한지, 때때로 떠올라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 같아 봉인해 버리고 싶지만,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봐주고 이야길 나눠준 사람들이 있어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어제 그렇게 이어온 소중한 인연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시는데, 블로그에 올린 비누가 탐이나 하나 주면 안돼요?’했더니 택배로 바로 보내주셨다.

 

택배 상자를 여는데 향초 냄새가 올라왔다. 좋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다.

어떤 비누지 싶어 하나하나 들어 냄새를 맡아봤는데, 기분 탓인지 다 좋은 향이 나는 것 같다. 그러다 발견! 파란색 비누, 여기서 좋은 향이 났구나!

 

장미꽃이 들어간 비누는 어디 깊숙한 곳에 숨겨놓아야 할 듯싶다. 곧 조카들이 방문하는데 올해 열 살 된 큰 녀석이 예쁘고 반짝이는 것에 관심이 많아 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 녀석 외삼촌은 내꺼 그러니까 외삼촌 것도 내꺼.’라는 상당히 불합리한 사고를 하는 지라 조심해야 한다.

 

봄이다.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좋은 날, 좋은 분께 선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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