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어 학원 등록을 하고 인강까지 끊어서 하루에 무려 10~11시간을 영어공부 하는데 쏟아붓고 있고 있지요. 시험에는 벼락치기가 최고라고 합니다만, 출국까지 불과 몇 주 남지 않았는데 고시공부 하듯 오전엔 문법, 오후엔 독해, 저녁엔 회화 세 파트로 나누어 열공중입니다.

 

송년회 겸 송별회 겸 k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녀석은 밥을 먹는 내내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출국이니 마음이 급한가 봅니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밥상머리에 책 들고 앉아요.”

 

보다 못한 마이크가 한 마디 했지만, k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니 투덜대는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단어장에서 눈을 못 떼던 녀석이 한참만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 소메티메즈가 뭐죠?”

? 그게 뭔데?”

! 형은 독일서 박사까지 딴 사람이 그것도 몰라?”

 

뜬금없이 면박을 당한 마이크가 저를 쳐다봤습니다.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하아~ 이런 형들이 내가 아는 최고 엘리트라니……”

그게 어디 나오는데 그래?”

여기 나오니까 물어봤죠. 에스(s)! (o), (m), (e), (t), 아이(i), (m)……”

 

Sometimes.

마이크와 제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터졌습니다.

 

인마! 그걸 왜 그렇게 읽어. Sometimes잖아! 가끔!”

 

이 녀석, 입국심사는 통과할 수 있을까요?

 

 

--- ** --- ** ---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서울에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이렇게 헤어지기는 아쉽네요.

 

! 우리 딱 한 잔만 더 해요. ?”

수험생은 일찍 들어가서 공부하세요.”

저 수험생 아니거든요!”

 

눈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오냐.’는 아내의 전화를 받은 마이크도, 하루의 반절을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k도 헤어지는 걸 아쉬워 합니다.

 

저기서 가볍게 막 잔 하고 헤어지자.”

 

우리는 이자카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