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마당이 있었다. 한쪽엔 텃밭이 있어 여름엔 토마토, 옥수수 등을 먹을 수 있었고 가을엔 텃밭에서 난 배추를 뽑아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대문간에 개 집이 있었고 1~2마리의 개를 길렀다. 그 옆엔 닭장이 있었는데, 어느 날 창고로 변했다가 나중엔 염소를 키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염소를 뚝방에 내다 매고 저녁나절이면 집으로 데리고 오곤 했다. 고등학교 진학으로 객지로 나가기 전까지 이 일은 내 몫이었다.

 

고향집을 수리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화장실이 수세식이 되면서 샘과 장독대가 사라졌고 화장실이 있던 자리에는 정화조를 묻었다. 텃밭은 손바닥 만하게 변했고, 마당은 주차공간으로 사용된다.

 

부모님은 고향으로 이사를 가면 개를 한 마리 키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어느 날, 카톡으로 사진이 두 장 날라왔다. 강아지 사진이었다. ‘강아지 한 마리 얻어 달라.’고 이모님께 부탁을 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동생은 조카들과 함께 주말에 당장 고향으로 달려갔고 나는 그 다음주에 내려갔다.

 

어미와 형제들과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탓에 기운이 없고 먹는 것도 션찮다.’고 들었는데 내가 내려갔을 땐 기운을 많이 차린 뒤였다. 사람이 다가가면 까불거리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고 손을 내밀어 쓰다듬으면 손을 깨물기 일쑤였다. 새벽에 끙끙대고 울길래 문을 열어줬더니 밖으로 뛰어 나가 마당을 한참 돌아다니다 볼일을 봤다.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 길렀던 동물에 그리 애정을 주지 않으셨던 아버지도 개를 꽤 귀여워해서 퇴근후에 한참을 놀아주다 들어오신다. 문제는 강아지의 이름인데, 조카, 아버지, 어머니 모두 부르는 이름이 각각이다. 이건 뭐, 예솔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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