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에게 크게 상처 받은 적이 있다. 그 해엔 유독 힘든 일이 많았다. 대학시절 자칭 타칭 삼총사로 부르고 불리던 친구 하나가 세상을 떠났고, 회사에선 뜬금없고 근거도 없는 구설에 휘말렸고, 작은 아버지는 큰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았고 마음은 허전하고 정신은 어딘가 붕 뜬 것 같아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지는 시간이었다.

 

그때 운동을 시작했다.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헬스장에 들러 두 시간여 운동을 했는데, 땀을 흘리고 나면 뭔가 알 수 없는 충만감이 가슴을 채웠다. 조금만 더 하면 나도 몸짱을 바라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러긴 개뿔! 체력이 무지막지하게 좋아져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숙취도 전혀 없었다. 운동으로 만들었던 몸은 술로 다시 원상복구.

 

이런저런 사정으로 게을러져서 운동을 그만 둔지 일 년, 주량은 그대론데 체력은 바닥이다.

체중도 늘고 배도 나오고, 술 먹은 다음날이면 흐리멍텅해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이래선 안 되겠다. 당분간 술을 끊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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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도서관 가는 길이야. 책 반납하러.”

거기 이쁜 아가씨라도 있냐? 넌 왜 맨날 내가 전화만 하믄 도서관이여.”

. 사서가 좀 예뻐.”

나 오늘 너랑 술 한잔 할라구.”

오늘?”

. 안 돼도 시간 내라.”

접때 마셨잖아. 뭔 또 술이야.”

나 직장 그만뒀다.”

?”

회사 관뒀다고!”

 

회사가 그만두고 싶다고 어디 하루아침에 털어버리고 나올 수 있는 곳인가.

 

에라이, 섀끼야. 그래 먹자 먹어. 인마, 아무리 술이 고파도 그렇지 그런 핑계를 대냐.”

 

나는 약속장소에 10분 먼저 도착했고 까르푸는 늘 그렇듯 20분 늦었다.

 

너 족발 좋아하지? 내가 맛집 알아놨어!”

 

까르푸가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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