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늦잠을 자고 싶은 주말 아침입니다. 평일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아침잠은 여전히 달콤합니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찬샘씨.”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춘돌씨 입니다. 춘돌씨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죠.

 

일어났어요? 조금 있다가 가락시장에 갈 건데, 같이 가주면 안 될까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어디서 볼까요?”

“30분 뒤에 다이소 앞에서 봐요.”

 

오늘은 춘돌씨 집들이하는 날입니다. 사람을 많이 부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준비하기는 버겁지요.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초밥과 회와 매운탕을 만들고, 날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를 위해선 새우구이를 할거라고 했습니다. 횟집에서 일했던 경력을 십분 발휘할 생각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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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30분 무렵, 거대한 물류창고가 연이어진 듯한 가락시장은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혼자 오면 길 잃기에 십상이겠는데요.”

그죠? 저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땐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한참 헤맸어요.”

 

오래전 이곳을 매일 찾아왔었다는 춘돌씨는 조금 신이 난 듯했습니다.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추억을 꺼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과거 단골이었다는 가게에는 선객이 있어 한동안 가만히 서서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채지 않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것이 좋은 물건을 좋은 값에 사는 요령이더군요. 숭어와 우럭을 샀습니다.

 

어떻게 해 드릴까?”

목만 따줘요.”

 

내장까지 아예 손질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었는데, 손질 값을 따로 받는 데다 그러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기……, 사장님. 매운탕도 할 건데 매운탕 거리 좀 줘요.”

고기도 싼값에 가져가 놓구선 뭘 또 달래.”

자주 왔었잖아요.”

뭘 자주와! 요즘 통 보이질 않더구먼.”

 

면박을 주듯 말은 투박했지만, 손은 어느새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매운탕거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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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는 요리라 손에 익지 않는다 했지만, 춘돌씨는 척척 해냈습니다.

멀리 하남에서, 가까운 금호동에서 사람들이 도착했고 춘돌씨의 이사를 축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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