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벗어난 지 20여분, 차창 밖 풍경이 하얗게 바뀌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꺼내 날씨 어플을 켰다. 흐리고 비. 밖에 이리 눈이 펑펑 내리는데 기상청의 중계는 아직이다. 다른 날은 정확하다가 꼭 날씨를 살펴야 하는 날이면 정확도가 김태균 타율을 넘지 못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눈은 폭설로 변했다. 언덕 앞에서 승용차 한 대가 빙글 돈 탓에 견인차가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내 고장의 겨울은 옛 지명에 눈 설()이 붙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 한적한 시골 마을이던 곳에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고 곳곳에 길이 나, 어릴적 뛰놀던 장소가 사라지고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것.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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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수리를 했는데 지붕 공사가 잘못되어 비가 오면 물이 샜다. 지붕 설비를 맡겼던 사람을 다시 불러 보수를 했지만,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공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비가 꽤 많은 양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침 시간이 나서 내려왔다. 부모님은 멀리 남쪽에 계셔서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마당엔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는데, 눈이 내리는 날씨치고 추운 것은 아니어서 쌓인 눈의 아랫부분은 질척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서 전에 비가 샜던 부분을 확인했다. 이런……. 바닥에 빗방울이 떨어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비가 새네요. 바닥이 젖었어요.”

많이 새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거실 창문 근처에 둥그렇게 젖은 자국이 있어요. 제가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그래.”

 

배터리가 70% 넘게 남아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꺼졌다. 어쩐지. 아까 출발할 때 충전기를 챙기고 싶더라니. 그래도 새는 부분 사진을 보낸 이후라 불행 중 다행이다.

 

어머니 심부름을 하고 마당과 집 앞의 눈을 치웠다. 넉가래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마당비로 눈을 쓸었는데, 눈이 질척해서 일은 더디고 신발이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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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끊고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손에 든 커피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몸을 조금씩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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