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뼈에 소주를 마시고 나중에 밥까지 볶아 먹고 나왔다. 찬바람이 계속 품속을 파고 들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뜩 움츠린 채로 택시를 기다렸다.


멀리 '빈차'라는 불이 들어온 택시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흔들어 택시를 부르려는데 친구가 내 팔을 잡았다.


"야! 우리 클럽가자."

"클럽? 연말에 가기로 했잖아."

"지금도 연말이야. 그냥 말 나왔을때 가자."


나와 친구는 아직 클럽을 한 번도 못 가봤다. 다른 친구는 클럽 죽돌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의기투합해서 연말에 클럽에 가기로 약속했다. 시기를 막연하게 잡은 것은 연말에 이런저런 모임과 약속이 많아서 시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모처럼만에 셋이 만났고, 시간도 넉넉하니 클럽에 가자는 이야기였다.


"난 좋아!"


한때 클럽 죽돌이었다는 친구가 "콜!"을 외쳤다.

그래 가자. 각종 매체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곳에 가보자!



--- ** --- ** ---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양주를 시켜 마시고 있으니 웨이터에게 손목이 잡힌 아가씨들이 와서 옆에 앉았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에 바로 옆에 앉은 상대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고, 계속 번쩍거리는 조명은 정신사나웠다.


아가씨들은 곧 자리를 떴다.


"으이구 등신들!!"


스피커의 음악이 잦아들고 스테이지의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무렵 친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화를 냈다.


"이 새끼! 넌 야맹증이나 고쳐!"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녀석은 야맹증으로 한때 무척 고생을 했다. 당장 오늘 들어와 자리를 잡을때도 내 팔을 잡고 왔다.


웨이터에게 팔목이 잡힌 아가씨들이 몇 번 더 왔다가……, 심드렁한 나와, 긴장해서 말을 더듬는 친구 하나 그리고 아직 야맹증이 남아있어 술잔을 더듬어서 드는 다른 친구를 보고는 금세 자리를 떴다.


"그냥 춤이나 추다 가자."


음악이 커지고 사람들이 스테이지로 쏟아질때 우리도 같이 나가서 미친듯이 춤을 추고 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술을 마셨다.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술마시고 뛰어서 그런지 체력이 달린다.


"야! 이제 가자."

"술 남았잖아. 이거 마시고 한 타임 더 추고 가자."

"그래. 마음 먹고 왔는데 어떻게 그냥 가냐!"


흥이 난 녀석들은 조금 더 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주에 양주를 섞은데다 춤추고 땀을 흘려서 그런지 술이 훅 올라왔다. 곧 스피커 쾅쾅 울리는 음악이 클럽을 가득 채웠다.


"난 이번에 쉴게. 너희들끼리 갔다 와."

"이번만 추고 갈건데, 왜 그래! 얼른 가자!!"

"빼긴 뭘 빼. 얼른 나와!"


결국 친구들의 강권에 같이 나갔다. 눈치봐서 슬쩍 빠질 셈이다. 신나는 음악에 각기나 추는데, 지금껏 어딘가 사라졌다가 음악이 끝날때쯤이나 슬쩍 등장하던 녀석이 내 앞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손으로 얼굴과 이마의 땀을 훔치는데, 그 모습을 본 친구가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더우면 벗어! 클럽은 그래도 돼!"

"개소리 하지 마!"

"야! 저기 위에 봐!!"


DJ가 어느새 상체를 탈의하고 마이크에 대고 뭐라 뭐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DJ와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많이 와봐서 아는데!! 네가 시작하면! 다 따라해!!"


좋아! 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재미있게 놀다 가야지.

양 쪽 손목 단추를 풀고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끄르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각자 놀기 바빴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 듯했다. 착각이겠지. 


옷을 벗어 어깨에 둘렀다.

춤을 추는데 누군가 내 팔을 쳤다. 낯선 아가씨가 나를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뭐지? 그 아가씨와 서로 마주보며 춤을 추는데, 어떤 남자가 등장해서 아가씨를 끌고 갔다.


"유후~!!!"


환호성과 함께 누군가 또 내 팔을 두드렸다. 또다른 낯선 아가씨. 이게 뭐지?



--- ** --- ** ---



자리로 돌아와 옷을 입고 땀을 닦았다.

친구들이 하나씩 돌아왔다. 야맹증이 있는 친구는 어떤 아가씨와 함께 왔는데, 나를 보자 "어머!" 그랬다.


"아까 옷 벗고 춤 추시던 분 맞죠?"


내가 무슨 쇼보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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