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야구선수 k는 요즘 실연의 아픔을 새로운 연애로 극복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잘 아는 사람이건 아니건 인맥을 총동원해 소개팅을 부탁하고, 초등학교 동창회를 비롯해 이름만 걸어 두고 참석을 잘 하지 않았던 이런저런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소개팅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저와 친구들의 책임이 큽니다.

불같은 사랑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이별을 겪은 그에게 누구는 시간이 지나면 마음에도 딱지가 앉고 상처가 아문다.”고 했고, 누구는 사랑을 잊는 데는 사람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툭하면 질질 짜는 꼴이 보기 싫다.”고 후배를 소개해 줬는데, 그게 반전의 계기였습니다. 그 소개팅이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내긴 했습니다.

 

하여, 지난주에는 교회 다니는 아가씨 부탁으로 일일 주일학교 선생님을 했고, 다음 주에는 이번 주에 선본 아가씨를 따라 템플 스테이를 하러 갑니다.

 


--- ** --- ** ---


 

! 템플 스테이 가면 뭘 주의해야 해요?”

딱히 조심할 건 없을걸? 넌 합숙을 많이 해봐서 단체 생활이 뭔지 잘 알 거 아냐.”

그러니까 묻는 거죠. 룰을 어기면 안 되니까요.”

 

커피를 다 마시고 얼음 위에 남은 휘핑크림을 빨대로 뒤적이던 마이크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야~ 너 이놈, 이별의 아픔을 겪더니 사람 됐구나!”

언제는 사람 아니었어요?”

짐승이었지. 무식한.”

! !”

그럼 하나 알려 줄게. 형이 예전에 심각하게 출가를 고민했던 거 알지? 집에서 하도 말려서 그냥 철학 공부 더하고 말았잖냐.”

 

K가 테이블 위에 놓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출가는 머리 깎고 스님이 되는 걸 말하는 거야.”

아하!”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습니다.

 

잘 들어. 절에서는 절대로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으면 안 돼.”

왜요?”

살쪄.”

 

순간 멍해진 표정으로 마이크를 바라보던 k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씨~ !”

하하하. 농담이야. 진짜 알려 줄게. 잘 들어. 절에 가면 대웅전이라고 부처님이 있는 큰 건물이 하나 있거든? 저녁을 먹고 나서 시간이 남는다고 절대로 혼자서 대웅전 뒤쪽으로 가지 마. 알았지? 절대로 혼자 가면 안 돼.”

왜요?”

심심해.”

 

카페의 음악 소리에 묻혀 소리가 잘 안 들릴까 마이크 쪽으로 잔뜩 몸을 기울였던 k가 털썩! 쓰러지듯 등받이에 몸을 기댔습니다. 히히 웃음소리가 음악을 비집고 테이블 위를 떠돌다 다시 음악에 먹혔습니다.

 

Take me to the place where you go. Where nobody knows if it's night or day…….

'섞일雜 글월文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잔해야지?  (3) 2018.12.04
알약  (0) 2018.12.01
하나만 말해봐  (0) 2018.10.31
1이 안 없어져  (0) 2018.07.25
마늘 수확  (2) 201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