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 형의 딸, 들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유독 추웠던 봄 날씨 탓에 뒤늦게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이 바람에 잎을 하늘하늘 띄우던 날이었다. 형이 그날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회사 일로 참석하지 못해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결혼식 며칠 전, 희동 형을 만났다. 형은 내게 청첩장을 내밀었다.

 

. 결혼식 날짜가 잡히면 적어도 3~4주 전에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게 뭐유? 4일도 안 남았잖아요.”

나는 우리집에 생각 없는 사람이 나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형은 단톡방에 딸, 들이의 결혼 소식을 알렸고, 시간 나는 대로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청첩장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저는 그날 일이 있어서 못 가요.”

모바일 청첩장 보내줄게. 거기 있는 들이 계좌로 보내. 니가 그래도 들이 선생님 아니냐. 우리 안사람도 너한테 제일 먼저 알리라고 하더라.”

 

희동 형 딸, 들이가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잠깐 과외를 했었다. 공부 머리가 있는 아이라 요령을 알려주면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들어 성적이 쑥쑥 올랐는데, 형과 형수님은 아직도 그게 잘 가르친 내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성적은 전적으로 학생의 노력에 좌우된다. 들이가 자신이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진학한 건 오로지 자신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아니…, 난 뭐, 형님 돈 들어갈 곳도 많은데 용돈이나 하시라고, 형님 계좌로 보내려고 했죠.”

그럼,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도처에 도둑놈이여.”

 

형은 화가 많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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