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크리스마스, 친구 Bob의 결혼식이 있었다. 단지 할인율이 높다는 이유로 Bob은 크리스마스를 결혼 날짜로 잡는 만행을 저질렀다디너쇼처럼 식사를 하며 결혼식을 보는 컨셉이었는데, 스테이크는 질겼고 다른 음식들은 간이 맞지 않은 데다 부실하기까지 했다. 접시를 뒤적거리던 까르푸가 나이프와 포크를 탁자 위로 거칠게 내려놓았다.

 

에이~ 성질나서 못 먹것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을 향했다.

 

이게 뭐여. 사람이 먹을 음식을 줘야지. 우리를 잔반이나 처리하는 개돼지로 보는 거여 뭐여!"

안 먹을 거면 조용히 수저 내려놓고 앉아있어. 좋은 날 분란 일으키지 말고.”

하아~ 담배나 한 대 빨고 올란다.”

 

드르륵. 오금으로 의자를 밀고 일어난 까르푸가 성큼성큼 식장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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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자부텀 비혼이여! 내년 크리스마스에 비혼식을 해서 뿌린 돈 다 걷어 불란다.”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며 돌아온 까르푸가 뜬금없이 비혼 선언을 했다.

 

여자를 만날 자신도 없고솔직히 말해 인자는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지 않겠냐?”

 

그는 여기저기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내년에 열릴 자신의 비혼식 홍보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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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월 마지막 토요일. 전주에서 까르푸의 결혼식이 열렸다. 214일에 처음 만나, 7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우리는 재작년 있었던 까르푸의 비혼 선언을 화제에 올리고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른다고, 쉬이 짐작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찬샘아. 머털형이 그러는데 다음 타자는 너라며?”

 

89학번 선배의 말에 난 두 손으로 빼빼로를 가리켰다.

 

여기 똥차가 있는데, 감히 어찌 제가 먼저 가겠습니까.”

! 걸이 형은 어쩌고 내가 먼저냐? 걸이 형은 형수도 있잖여!”

 

나를 빤히 바라보는 걸이형과 형수님의 반짝이는 눈빛과 마주쳤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걸이형 커플이 1순위! 저는 맨 꽁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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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뱃속에 2세가 자라고 있어, 까르푸의 신혼여행은 미뤄졌다. 대신에 시의 외곽에 호텔을 잡고 하루를 머무르기로 했는데, 우리가 잡은 숙소와 겹쳤다. 심지어 같은 층이었다.


20199월 마지막 토요일. 날은 맑고 바람은 따뜻했다. 낮의 온기가 저녁까지 이어져 춥지 않았다. 포근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까르푸 커플과 한옥 마을을 돌고 전주 시내를 쏘다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가 들렀던 모든 음식점은 별로였다. 육전 가게는 잡내가 심했고, 수제 막걸릿집은 밍숭맹숭했다. 특산물이라는 모주는 광쌍탕에 물탄 맛이었다. 식당마다 고가의 요금을 책정한 한상차림은 아니 시킴만 못했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한때 직장도 여기였던 까르푸의 자신감이 조금씩 무너졌다.

 

아니내가 전주를 떠나 있던 동안에 대체 여기서 뭔 일이 있었던 거냐!”

 

까르푸의 절규가 한옥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을 뚫고 하늘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