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이제 알 것 같아. 그때 오빠 마음이 어땠었는지.”

뭔 소리여.”

하아~ 그게…”


동생은 자신의 1호와 수학 공부를 하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왜 그때 오빠가 그랬잖아. 나 고등학교 때 수학 가르쳐주면서. ‘제발 모르면 모른다고 해. 끄덕끄덕만 하지 말고.’”

그랬지.”

그때 오빠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1호가 고개만 끄덕거려?”

아니. 걔는 따져. 왜 엄마는 쉬운 거 풀고 나보고는 어려운 거 풀라고 하냐고.”

벌써부터 애태우지 마. 공부는 때 되면 다 알아서 해. 우리도 그랬잖아.”

“그게 아녀. 아오! 오빠. 얘는 몰라도 너~무 몰라. 5학년이 나눗셈을 못 해.”

 

거침없는 디스. 설사 자기 자식이라도 예외는 없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그랬다. 속에 있는 말을 참지 못했다. 잔뜩 화난 아버지 앞에서 발 냄새가 난다고 코를 쥐어 잡기도 했고, 학교 가서는 우리 아빠가 술 먹고 밥상을 엎었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첫 직장은 집 근처 2차 병원이었는데, 중추 신경을 거치지 않고 터져 나오는 거침없는 말로 인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이란 일은 다 떠맡아야 했다. ‘덕분에 일을 빨리 배워 자신에게 지랄하던 인간들을 실력으로 눌러버렸다.’며 시시덕댔으나 그렇게 되기까지 있는 고생 없는 고생 온갖 고생은 다 했을 것이다.

 

사회 물을 오래 먹어 이제는 예전처럼 눈치 없이 지껄이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대학병원 연구실에 있는데, 어느 날 교수가 다른 연구원에게 그랬다고 한다.

 

내가 요즘 사리가 쌓인다 쌓여. 속에서 뭐가 올라와도 말을 못 하잖아. 반 선생 그만둔다고 할까 봐 겁나서. 혼자 세 사람 몫을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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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뭔데.”

우리 2호가 핸드폰을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뭘 보나 했다?”

뭘 봤는데?”

여자 속옷 사진. 그것도 야한 걸로.”

!”

그래 그거 왜 봤니? 했더니 뭐랬는지 알아?”

글쎄.”

엄마 사줄라고 그랬대.”

푸하하. 8살짜리가 기특하고만.”

 

올해 초등학교 들어간 조카 2. 입학 기념으로 휴대폰을 사줬는데, 그걸로 속옷 입은 여자 사진을 구경하다 제 엄마한테 딱 걸렸다. 대체 그런 사이트는 어떻게 알고 들어간 걸까? 나보다 검색 재주가 더 좋다. 나중에 알려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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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동생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좋다싫다 양 극단의 중앙에 서 있다면 싫다쪽에 더 가까웠다. 물고 빨고 하며 애지중지 사촌 동생을 키우는 할머니를 못마땅해했고, 소아과 병동에 동생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울음부터 터뜨렸다고 한다. 아픈 아이들은 혈관 잡기가 쉽지 않은데, 간호사들이 몇 번 실수한 뒤 식은땀을 흘리며 부르는 것이 동생이라 아이들에겐 와서 주사 놓는 무서운 간호사로 인식되었던 탓이기도 했다.

 

오빠. 애들은 하나가 울면 다 따라 울어. 어떻게 일일이 달래가며 주사를 놔. 밤새게?”

 

결혼 후, 동생은 180도 변했다. 별것 아닌 아이들 몸짓 하나에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옹알대는 노래 한마디에 귀여워 죽으려 들고, 열이 있어 잠 못 자고 보채면 안쓰러워 업고 방방 뛴다. 문제는 그 사랑을 내게도 강요한다는 데 있다.

 

아이고 귀여워. 오빠 우리 2호 너무 귀엽지 않아?”

귀엽네.”

어허! 영혼을 담아서 칭찬을 하란 말이야!”

 

젠장. 제 아빠도 안 하는 걸 왜 나한테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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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농도만큼 타인도 느끼기를 강요하는 자식 사랑이 넘치는 엄마에서, 아이들도 예외 없이 거침없는 디스의 대상으로 삼는 냉정한 엄마까지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동생을 보며… ‘어쩌면 얘는 전생에 아수라 백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