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 춘이 결혼식에 갈 거셔?”

가야죠.”

그럼 나랑 같이 가.”

그래요.”

고마워. 사람들이 나 안 좋아해서 혼자 가기가 좀 그래.”

 

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랬다. 걸이형은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정작 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거나 오히려 걸이형 이야기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는데, 스스로는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군자역에서 만났다. 형은 손에 들고 있던 솔의 눈을 내게 건넸다. 눈이 벌갰다.

 

어제 한잔했어요?”

. 회사 사람들하고 한잔했지. 마셔. 이걸 마셔야 술이 깨.”

난 어제 술 안 마셨어요.”

그래도 마셔. 몸에 좋아. 근데 Bob은 온대?”

오겠죠. 빠질 녀석이 아니잖아요.”

“Bob 결혼식에 안 갔는데, 얼굴 어떻게 보지?”

 

형수님이 Bob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싫어해서 걸이형은 작년 Bob의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라며 으르렁대는 말에 어떤 남편이 감히 집을 나설 수 있을까.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괜찮을 거예요. 뭐 시원하게 욕 한 번 먹으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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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결혼식에는 꽤 많은 사람이 왔다. 우리와는 달리 인싸였던 티가 팍팍 났다.

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접시에 음식 몇 개를 담고 주위를 훑었다. ‘어디 앉아야 하나.’ 저만치서 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구아바 형이다. 오늘 귀국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바로 이리 온 모양이다.

 

이리 바로 온 거예요?”

아니. 제기동 들러서 짐 내려놓고 그러고 왔지. 한잔해.”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잔에 맥주를 따라 건넨다.

안녕하세요.” 얼굴이 바알간 후배들이 여기저기서 삐죽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했다.

 

반아.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니가 제일 먼저 결혼할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 갔어? 서핸지 동핸지 하는 그 아가씨는 잘 있냐?”

 

또 시작이다. 내가 첫사랑이랑 헤어진 지가 언젠데, 결혼식장에서 마주치면 꼭 이 이야길 꺼낸다.

 

뭐 형님이 아직 총각으로 늙고 계신데 어찌 동생이 먼저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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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을 나서자 찬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냥 헤어지기 아쉽잖아. 어디 가서 한잔 더 해야지?”

이 시각에요?”

인마. 원래 술은 낮에 마셔야 제맛이야. 얼른 취하고, 네발로 걷고….”

 

이 양반 술 취하면 위험한데…. 잠깐 고민을 하는데, 누가 뒤에서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헤헤. . 우리 꼬막 먹으러 가요.”

 

아이고. 징그럽다 이 녀석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산적 두목처럼 생긴 후배가 내 팔을 흔들며 징징댔다.

 

“지금 꼬막 파는 데가 어디 있어!

그럼 조개구이!”

 

식당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 우리는 결국 택시를 타고 신림으로 갔다.

때 이른 송년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