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다.

여느 날의 휴일처럼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 곳곳 청소를 했다. 나른하게 스며드는 가을볕이 좋았다. 빨래를 널고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광합성을 하는데,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뭐하니?"

"차 마시고 있어요."

"밥은?"

"아직 이요."

"같이 먹자."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 우리는 서로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다지 날이 쌀쌀한 것도 아닌데, 둘 다 패딩을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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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짧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하지만, 가리는 음식이 많은 것도 음식을 깨작거리며 먹는 것도 아니다.

 

"삼겹살이나 먹자. 너 먹는 게 그거 하나잖아."

"에이~ 그건 아니죠."

 

회를 먹지 않고, 보신탕과 거리가 멀다. 바닷가 음식과는 친하지 않고 양식중에선 스파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딱 그정도다.

 

삼겹살집에서 점심 메뉴를 시켜먹으며 막걸리를 마셨다.

! 간만에 낮술 마시니까, 기분 조오타!

 

"! 우리 고궁이나 갈까요?"

"어디? 지금 이 시각에 여는 데 있어?"

"있죠!"

 

그렇게 우리는 뜬금없이 덕수궁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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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지고 밤이 찾아왔다. 바람이 소슬하니 불었지만 괜찮다. 우리는 이미 따뜻한 패딩으로 무장했다.

 

이곳저곳 여기저기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늦어 미술관에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좋았다.

 

나오는 길, 휘익~하고 바람이 불어오자 나뭇잎이 슈욱~ 날렸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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