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연락해도 돼요?’라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답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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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정으로 장기간 휴직을 마치고 올해 복직한 직원이 있다. 조직 개편으로 그녀가 일하던 부서가 다른 부서와 통합되어 새로운 팀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업무 내용도 성격도 이전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터라 ‘복직 시 부서 배치를 어디로 해야 하는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휴직 전 자신이 하던 일과 유관한 업무를 희망했으나, 그 보직은 이미 확고부동한 에이스들로 채워져 있고, 부서장도 그 팀의 부서원들도 새 인원이 들어와서 팀웍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팀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반대했다. 그 사람 업무 스타일이 너무 구식이고, 오지랖이 넓어 쓸데없는 분란을 초래하며,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폭탄을 끌어안을 수는 없지 않냐.’라고 했다.
내가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결정이 내려졌다. 그녀가 우리 팀으로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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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있는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하는 사람과 전하는 내용은 제각각이었지만, 요지는 한결같았다. ‘새로 온 직원과 기존 직원의 갈등으로 분란이 일어났다.’
복귀 후, 첫 회의 시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았다. 별것도 아닌 일에 날을 세우고 으르렁댔다.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어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사소한 업무 갈등에서 시작된 문제가 감정의 문제로 번졌고,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은 상대의 말과 행동을 곡해했다.
‘서로 오해했던 거니까, 이제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중재를 하기엔, 감정의 골이 깊었다. 갈등의 중심부에 선 기존 직원들은 끼리끼리 뭉쳤고, 새로 온 직원 화니 씨는 20대 신입들을 붙잡고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나는 수시로 면담 신청을 받아, 상대의 험담을 들어야 했다. 귀에서 피가 나는 나날이었다.
어제 일인 듯 더위가 멀어지고 아침 바람이 차가워질 무렵, 화니 씨가 퇴사하겠다고 했다. 고향에 기반이 단단한 향토기업이 있는데, 괜찮은 자리가 나서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고 한다. 그쪽에서 하루라도 일찍 출근했으면 한다고,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퇴사 처리를 해달라고 했다.
복직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아 화니 씨는 회사를 떠났다. 변변한 송별식도 없었다. 틈만 나면 내게 ‘퇴근하고 막걸리 한잔하자.’ 했었는데 마지막 날까지 커피 한 잔을 같이 못 했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팀장님. 가끔 연락해도 돼요?”
“그럼요. 언제든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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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님. 군산에 놀러 오세요. ]
[ 아시겠지만, 제가 일에 치여서 시간이 없잖아요. 나중에 여유 생기면 놀러 갈게요. ]
내 딴에는 거절의 답장이었는데, 화니 씨는 승낙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좋은 하루 보내요!’, ‘행복 충전!’, ‘긍정 기운 팍!’…, 아침이면 반짝이는 그림 이모티콘 폭탄이, 저녁 무렵엔 ‘주위에 착실한 동생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내일 나 쉬는데, 스타벅스 가실래요?’, ‘언제 군산 오셔요?’……, 등등의 메시지 폭탄이 쏟아진다.
차단하려다, 문득 멀리 남쪽 마을의 ‘파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 양반, 참……, 목소리 듣기 힘들지. 카톡 보내면 답장도 잘 안 하고.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화니 씨와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15B의 ‘신인류의 사랑’ 첫 소절이 생각나는 밤이다.
‘맘에 안 드는 그녀에겐 계속 전화가 오고, 내가 전화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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